정부, 소음성 난청 ‘70세부터’ 연령보정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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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70세 이상 노인의 소음성 난청 산업재해 심사에서 연령을 보정하는 내용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나이가 들면 청력이 떨어져 소음성 난청인지, 노인성 난청인지 불명확하니 연령을 산재심사 때 반영하겠다는 구상이다. 연령보정을 부정하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어 논란이 클 전망이다.
70세부터 연령보정 시작
구간별로 다른 기준 적용
12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는 노인의 소음성 난청 산재 심사에 연령보정을 도입하는 산재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달 중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초안은 70세부터 연령보정을 시작하되, 나이 구간별로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 현행 산재보험법 시행령 34조에 따르면 소음성 난청은 85데시벨(dB) 이상의 연속음에 3년 이상 노출돼 한 귀의 청력손실이 40데시벨 이상이어야 한다. 정부는 이 규정과 함께 산재 심사에 연령을 고려하겠다는 계획이다. 70세부터 74세까지는 1년에 1데시벨씩 연령보정을 하고, 이후부터는 2데시벨씩 보정하는 식이다. 구체적인 나이 구간과 보정치는 논의 중이다.
지난달 3월 출범한 산재보상·일터복귀 종합지원단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지원단은 류현철 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이 위원장을, 이재갑 전 장관·임호영 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장·김형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교수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산재보험 △업무상 질병 △보건 △치료·재활·복귀 분과장을 맡았다.
의학전문가를 중심으로 연령보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노동부는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3년 채성원 고려대 교수(이비인후두경부외과학) 등에게 ‘소음성 난청 업무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를 맡겨 소음성 난청 판정시 연령보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들었는데, 이 용역이 논의의 기초자료 중 하나가 됐다. 연구진은 연구용역에서 “업무상 질병으로 소음성 난청으로 인정되는 경우는 2022년 5천429명이었고, 그중 60세 이상인 경우는 5천94명이었다”고 설명했다. 소음성 난청 산재 승인을 받은 사람 중 대다수가 노인이라는 것이다. 이어 연구진은 “소음성 난청에서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청각장애율이 높아지며 어음명료도(말소리 이해도)가 높아짐을 확인했다”며 “소음성 난청 판정시 연령보정은 꼭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제안했다.
노동부 논의 과정에서 전문가 갑론을박
“노인성 난청 분리해야” “법 취지 위배”
소음성 난청 산재 신청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10년 사이 소음성 난청의 장해급여 청구액은 20여배 이상 늘어났다. 노동부 관계자는 “연세가 높을수록 노인성 난청이 같이 더해지는데 그 부분을 공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학적인 소견이 있었다”며 “(소음성 난청에서 소음과 노화의 기여도를) 분리할 수는 없고, 그래서 (연령보정치를) 의사들 자문보다 낮은 수치로 (정부안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연령보정을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노동부 논의 과정에서도 논쟁이 붙고 있다. 산재보상·일터복귀 종합지원단에 참여하고 있는 권동희 노무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회의 당시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권동희 노무사는 “(소음성 난청 산재가) 과다 보상되는 측면이 있는 것은 맞으나 노인성 난청에 해당하는 부분만큼을 공제해서 장해급여의 입구를 줄이는 것은 산재보험법 취지에 위배된다”며 “법원은 노인성 난청과 소음성 난청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곤란하다고 수차례 판단했다”고 밝혔다.
연령보정 절차는 2017년 근로복지공단의 ‘소음성 난청 업무처리기준’ 개정으로 도입됐다가 2020년 사실상 폐지됐다. 연령을 이유로 소음성 난청 장해급여 청구를 제한한 공단의 처분을 뒤집은 법원의 판례도 쌓여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2023년 근로복지공단이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에서 일하던 노동자에게 소음성 난청 장해급여를 지급하지 않자 “사람마다 소음노출기간 및 강도, 소음에 대한 감수성 등이 다를 수 있고 노화의 진행 시기 및 정도도 다를 수 있어 통곗값을 모든 난청 재해자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2017년 공단은 해당 판결 대상 노동자가 소음성 난청에 대한 산재를 신청하자 특별진찰을 통해 노동자가 사업장에서 일하기 시작한 연령인 29세에서 상병 진단 당시 연령인 68세 사이의 연령에 따른 청력감소치 18데시벨을 제외했다.
“부정수급 취급” 노동계도 연령보정 반대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뒤 본격 논쟁 전망
노동자의 개별 사정을 중심으로 산재 인정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주장이 이어진다. 김서연 노무사(노무법인 푸른솔)는 “현재 판례 흐름은 비교적 명확하다. 소음 노출 이력이 존재하고, 청력 손상이 업무 특성과 상당한 관련성이 인정된다면 연령이나 기저질환을 이유로 일률적으로 배제하지 않는다”며 “과거 국정감사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된 부분인데도 산재 승인 건수가 증가했다는 이유만으로 인정 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결국 산재보상제도의 본질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계도 의견수렴을 위해 회의에 한 차례 참여해 연령보정은 옳지 않다는 뜻을 전달했다. 한국노총은 연령보정보다는 소음성 난청에 대한 산재 신청 유효기간 제한을 검토해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현재 한국노총 산업안전본부 선임차장은 “소음성 난청과 노인성 난청을 의학적으로 명확하게 구별할 기준이 없어 연령보정은 철회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라면서도 “산재 신청이 급증했던 원인 중 하나는 청구권에 제한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양대 노총은 연령보정에 대한 의견서를 준비하고 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소음성 난청 장해급여를 무슨 부정수급처럼 취급하는 것에 명확히 반대한다”며 “연령보정의 의학적 근거 자체가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고, 연령보정 연령 시작을 60세로 하든 70세로 하든 (보상을 받아야 하는 노동자가 못 받게 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측면에서) 노동자 권리 침해의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출처 : 강한님 기자, 정부, 소음성 난청 ‘70세부터’ 연령보정 ‘만지작’, 매일노동뉴스, 2026년 4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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