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동이슈

‘노란봉투법’ 현실로…하청 노조들, 오늘부터 원청에 교섭 요구[종합]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285회 작성일 26-03-10 09:08

본문

5e11de91fb931c1b04ede595bcf03371_1773100984_46.jpg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법이 오늘(10일) 시행되면서 한국 노사관계의 틀이 근본적으로 재편된다. 원청과 하청 노조가 교섭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이미 상당수 하청 노조가 오늘부터 원청 교섭을 요구할 것을 예고한 바 있다. 교섭을 요구받은 원청은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교섭 절차에 돌입할 것인지, 노동위원회에서 사용자성을 다툴 것인지 등을 결정해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원청과 하청 노조, 교섭 가능해진다

개정 노동조합법의 주요 내용은 ▲사용자 범위 확대 ▲노동쟁의 범위 확대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축소 등이다. 하청 근로자에게 실질적인 교섭권을 보장하고 노조 활동으로 인한 과도한 법적 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법 개정의 핵심 취지다.
 
먼저 가장 큰 변화는 사용자 범위의 확대다.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업주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도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볼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에 따라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 하청 근로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노동쟁의의 범위도 넓어졌다. 기존에는 노동쟁의를 임금,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으로 제한적으로 해석했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에는 근로조건의 결정뿐 아니라 기업 구조조정 등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과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 등에 대해서도 쟁의행위가 가능해진다.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도 제한된다. 이전엔 불법 쟁의행위가 발생하면 노조뿐 아니라 개별 조합원에게까지 거액의 손해배상이 청구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개정 노동조합법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근로자 개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 어렵도록 규정하고,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각 근로자의 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따져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했다.
 
시행령, 교섭단위 분리 기준 구체화해
 
이번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에 맞춰 원하청 교섭 구조를 구체화한 시행령 개정안도 함께 시행된다.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적용되는 교섭창구 단일화 틀을 유지하면서도 하청 노조가 원청과 교섭할 수 있는 제도적 경로를 보다 명확히 한 것이 핵심이다.
 
시행령은 기존 법원 판결과 노동위원회 판정에서 제시된 기준을 반영해 교섭단위 분리ㆍ통합 결정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원청 사용자와 하청 노조 간 교섭단위 분리 또는 통합을 판단할 때 ▲노동조합 간 이해관계의 공통성 또는 유사성 ▲다른 노동조합에 의한 이익 대표의 적절성 ▲교섭단위 유지 시 갈등 유발 가능성과 노사관계 왜곡 가능성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또한 시행령은 단체교섭 이전 단계에서 노동위원회가 사용자성을 판단할 수 있는 절차도 마련했다. 사용자성이 인정될 경우 교섭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해 교섭 대상과 범위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시행령과 함께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원하청 상생 교섭절차 매뉴얼'도 마련됐다. 매뉴얼은 '전체 하청 근로자 단위'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제시했다. 원청 노조는 기존과 같이 별도의 교섭단위를 유지하고, 하청 노조는 하청 근로자 단위에서 별도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구조다.
 
노동계 "시행 당일부터 원청에 교섭 요구"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에 발맞춰 노동계와 경영계도 대응에 나선다. 노동계는 하청 노조를 중심으로 원청 교섭을 위해 공문을 발송하는 등 본격적으로 교섭 요구에 돌입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앞서 민주노총 내 10만 명 이상의 하청 근로자가 원청 교섭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인 교섭 요구 시기는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 시행일을 기점으로 원청교섭 요구 공문을 발송하고, 4월 노동위원회의 사용자성 판단을 거쳐 5월까지 교섭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의 하청 노조는 법원에서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된 현대제철과 한화오션 외에도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굵직한 제조 대기업을 대상으로 교섭 공문을 발송한다.
 
우문숙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대부분의 하청 노조가 원청에 교섭 요구 공문 보낼 예정" 이라며 "원하청 노동자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서 가급적이면 원하청 공동 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다. 공공부문의 경우엔 같은 사업장에 여러 하청 노조가 존재하기도 하는데, 그럴 경우 민주노총 노조들끼리 공동교섭단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후 사용자성 분쟁이 소송전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류제강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은 "개정 노동조합법과 관련해 한국노총 차원에서 내린 동일한 행동지침은 없다"며 "현재로선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소속 포스코협력사공급사노조연대가 원청교섭 요구 계획을 밝혔고, 아직 계획을 밝히지 않은 다른 하청 노조들은 더 보완해서 원청교섭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 본부장은 "한국노총 내부에서는 신중하게 대처해 나가자는 정서가 강하다"며 "기업이 사용자성을 부인하면 소송으로 가게 될 확률이 높다. 그것보다는 신중하게 대응해서 되도록이면 소송 없이 교섭이 가능하게 만들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기업들, 교섭 응하거나 사용자성 다투거나

기업들은 하청 노조의 원청교섭 요구가 현실화된 상황에서 구체적인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대응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할 것인지, 아니면 부정할 것인지에 따라 크게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하청 노조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원청은 먼저 교섭을 요구한 하청 근로자들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된다는 것을 전제로 교섭에 응할지, 아니면 실질적 지배력이 존재하는지를 다툴 것인지에 대한 의사결정을 먼저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홍교 노무법인 유앤 공인노무사는 "하청 노조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해 왔다면 기업은 우선 사업장 내 복수노조 여부를 확인하고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나 사용자성 판단 절차에 대응하게 될 것"이라며 "이때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이 이뤄지는 과정으로 인해 교섭이 바로 진행되지 않더라도 이를 곧바로 부당노동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일 첫날부터 기업들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뚜렷한 흐름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진단도 나온다. 김 변호사는 "회사마다 상황과 이해관계가 달라 교섭에 응할지, 사용자성을 다툴지 방향이 나뉠 가능성이 있다"며 "일부 기업은 분쟁을 통해 판단을 받으려 할 수 있고, 일부는 교섭에 응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으로 노사 갈등이 초래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일부 노동계는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 여부와 무관하게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교섭 의제에 대해서도 교섭을 요구하겠다고 공언하면서 노사 간 분쟁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정부와 노동위원회는 최근 발표한 해석 지침에 따라 원청의 사용자성 여부에 대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 박정현 기자, ‘노란봉투법’ 현실로…하청 노조들, 오늘부터 원청에 교섭 요구[종합], 월간노동법률, 2026년 3월 10일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