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승계 규정 없는데도…법원 “업무 똑같고 숙련공 필요하면 고용승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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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청 간 도급계약에 고용승계 규정이 없더라도, 기존 업무가 그대로 유지되고 숙련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고용승계 기대권이 인정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하청업체 폐업 후 노조 간부들만 고용승계가 거부된 사건에서 노조 간부라는 이유로 고용승계를 거부한 건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했다.
11일 노동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강재원)는 지난 5일 HS이레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전남조선하청지회는 전남 지역에서 일하는 조선소 하청 근로자들로 조직된 노조다. 최민수 지회장과 배준식 부지회장은 HD현대삼호의 하청업체인 신안산업에서 파워공으로 일하다 2024년 5월 업체 폐업으로 해고됐다.
이후 'HS이레'가 새로운 하청업체로 선정됐고 최 지회장과 배 부지회장은 HS이레에 입사 지원을 하고 면접을 봤다. 하지만 HS이레는 두 사람의 채용을 거부했다.
노조는 노조의 핵심 간부인 두 사람만 채용을 거부한 것이 부당해고,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전남지방노동위원회와 중노위는 노조의 구제신청을 모두 인용했다. HS이레는 중노위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HS이레에 고용승계의무가 있는지 ▲고용승계 기대권에 대한 합리적 거절 사유가 존재하는지 ▲채용 거부가 불이익 취급 및 지배ㆍ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등으로 떠올랐다.
법원 "고용승계 규정 없어도 고용승계의무 인정"
법원은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한 중노위 재심판정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HS이레가 고용승계의무를 부담한다고 봤다. 특히 HS이레와 HD현대삼호가 체결한 도급계약에 고용승계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었음에도 고용승계의무를 인정했다. 법원은 HS이레가 수행하는 선체 도장 업무가 폐업한 신안산업의 업무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고 HS이레가 상시적ㆍ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업무라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HS이레로서는 숙련된 파워공의 채용이라는 인적 측면 및 채용에 필요한 시간적 측면 등에서 신안산업 소속 근로자들을 고용승계를 할 필요성이 현저했다고 할 것"이라며 "HS이레는 최 지회장과 배 부지회장에 대해 고용승계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고용승계 거절에도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은 면접에서 '면접태도 불량', '적극적인 입사 의지가 안 보임',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상과 거리가 멈' 등의 평가를 받았다. 법원은 이러한 평가에 객관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면접평가 기준인 면접태도, 직무역량 등에 대한 구체적 평가기준이나 평가 요소가 마련돼 있지 않았고 항목별 배점이 어떤지도 알 수 없어 면접관의 주관에 따라 면접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채용 거부 사유와 절차가 합리적이며 공정한 것이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불이익 취급 및 지배ㆍ개입의 부당노동행위도 인정했다. 면접 결과가 통보되기 전에 작성된 HS이레 조직도엔 이미 두 사람의 이름이 제외돼 있었으며, 입사 지원자 95명 중 최종 채용이 거부된 건 두 사람뿐이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채용 거부는 두 사람의 노조 활동 및 노조 지회장 또는 부지회장임을 이유로 한 불이익 취급이자 지배ㆍ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판결 선고 이후 전남조선하청지회는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구체적으로 원하청 간 도급계약에 고용승계 조항이 명시돼 있지 않더라도, 업무의 실질적 동일성과 연속성, 숙련 인력의 필요성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고용승계 기대권이 인정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며 판결의 의미를 밝혔다.
전남조선하청지회는 "이미 지난 십 수 년간 조선소에서는 '폐업-업체 변경-고용승계 배제' 방식의 노조 탄압이 반복적으로 자행되고 있다"며 "이번 판결은 기업을 향한 사법부의 준엄한 심판과 경고의 의미를 갖고 있으며, 이러한 비정규직 노조 탄압 수법이 더는 용납돼선 안 된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출처: 이동희 기자, 고용승계 규정 없는데도…법원 “업무 똑같고 숙련공 필요하면 고용승계해야”, 월간노동법률, 2026년 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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