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합, ‘산재 제3자’ 판단기준 바꿔…“위험 공유했으면 제3자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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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재해가 건설기계 임대업자와 임대업자 소속 근로자의 과실로 발생했더라도 이들이 재해자와 위험을 공유하는 관계였다면 근로복지공단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8년 만에 산재보험법상 제3자 판단기준에 대한 법리를 변경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 22일 근로복지공단이 지게차 임대업자 A 씨와 소속 근로자 B 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을 파기자판해 원고 패소 판결했다. 파기자판은 상고심 재판부가 원심 판결을 파기한 뒤 사건을 항소심 재판부에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단해 판결을 확정하는 것을 말한다.
하급심, '보험료 부담 여부'로 제3자 판단
모 건설사는 상주영천고속도로 공사를 위해 지게차 임대업자 A 씨로부터 지게차를 임대했다. A 씨 소속으로 일한 근로자 B 씨는 건설사 소속 근로자 C 씨와 함께 철근 운반 작업을 수행했다.
재해는 철근 하역 작업 도중 발생했다. C 씨는 B 씨가 운전하던 지게차에서 떨어진 철근에 맞아 경부 척수손상과 경추 골절의 중상을 입었다. 공단은 C 씨(재해자)에게 발생한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산재보험 급여를 지급했다.
공단은 업무상 재해가 A 씨와 B 씨의 과실로 발생했다며 두 사람을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산재보험법은 제3자의 행위로 업무상 재해가 발생한 경우 공단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상권이란 공단이 이미 지급한 보험급여에 대해 가해자에게 보험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1심은 산재보험법상 제3자 판단기준에 대한 대법원의 기존 법리를 토대로 공단의 구상권을 인정했다. 2008년 대법원 판결에 다르면 산재보험법상 제3자는 재해자와 직ㆍ간접적인 산재보험 관계가 없는 자를 말한다. 2008년 대법원은 "가해자가 재해자의 산재보험료를 부담하지 않는다면 산재보험법상 제3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심은 A 씨와 B 씨가 재해자와 직ㆍ간접적인 산재보험 관계를 형성하지 않아 산재보험법상 제3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심은 "A 씨와 B 씨는 건설사의 근로자가 아니어서 C 씨의 산재보험료 부담에 직ㆍ간접적인 관계가 없다"며 "대법원이 제시한 산재보험법상 제3자 판단기준을 고려하면 A 씨와 B 씨는 C 씨의 업무상 재해에 대해 산재보험법상 제3자에 해당해 공단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했다.
2심 판단도 1심과 같았다. 2심도 A 씨와 B 씨가 산재보험법상 제3자에 해당해 공단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봤다.
대법, 새 법리 제시…"위험 공유했는지 기준"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13명 중 11명의 다수의견으로 산재보험법상 제3자 판단기준에 대한 기존의 대법원 판례를 폐기하고 18년 만에 새로운 법리를 제시했다. 대법원은 산재보험법상 제3자인지 여부는 재해자의 보험료를 부담하는지 여부가 아니라 재해자와 사업장 내의 위험을 공유했는지 여부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례를 변경했다.
대법원은 "산재보험법상 제3자 판단은 산재보험료 부담 관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업무상 재해에 관한 공동의 위험 관계를 형성하는지 여부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 산재보험법 성격, 목적, 취지에 부합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A 씨와 B 씨가 건설사와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고 해도 동일한 사업주의 지휘ㆍ명령 아래에서 업무를 수행하다가 업무상 재해가 발생한 것이라면 C 씨와 사업장에 내재하는 위험을 공유했다고 볼 수 있다"며 "A 씨와 B 씨는 산재보험법상 제3자에 해당하지 않아 공단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오석준 대법관과 서경환 대법관은 별개 의견을 통해 기존 판례 법리가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대법관은 "제3자를 재해자와 직ㆍ간접적인 산재보험 관계가 없는 사람으로 정의한 종전 판례 법리는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타당해 유지가 필요하다"고 판례 변경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다만, 판례 변경에 반대 의견을 낸 두 대법관도 이번 사건에서 공단이 A 씨와 B 씨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두 대법관은 "공사업체가 건설기계업자와 임대차, 운전 노무 제공 계약을 맺고 공사의 일정 부분을 수행하게 했다면 형식이 도급계약이 아니더라도 도급계약을 맺은 것과 같이 취급해야 한다"며 "A 씨와 B 씨가 건설사와 도급계약을 맺은 것으로 본다면 C 씨와도 직ㆍ간접적인 산재보험 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산재보험법상 제3자가 아니어서 기존 판례 법리에 따르더라도 공단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했다.
이번 판례 변경은 대법원이 향후 형식적인 계약관계가 아닌 실질을 기준으로 산재보험법상 제3자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기존에 대법원은 형식적인 계약관계를 기준으로 산재보험법상 제3자 해당 여부를 판단해 왔다"며 "대법원이 이번 판례 변경을 통해 실질적인 내용을 기준으로 산재보험법상 제3자 해당 여부를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같은 건설 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도급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면 제3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도급계약이 아니더라도 그 실질이 공동의 위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면 제3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며 "현장의 실질을 반영한 합리적인 판결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출처: 이재헌 기자,전합, ‘산재 제3자’ 판단기준 바꿔…“위험 공유했으면 제3자 아냐”, 월간노동법률, 2026년 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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