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조합원은 근로자”…대법, ‘무늬’만 협동조합에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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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로 일한 협동조합 조합원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협동조합 조합원이라는 외형이 아닌 '근로제공관계 실질'을 보고 근로자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근로자성 판단 법리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협동조합이라는 이유로 노동법망을 피해 간 행태에 제동을 건 판결로 평가된다.
3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특별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우리희망협동조합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우리희망협동조합이 승소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새 협동조합으로 승계 안 해…"부당해고" 주장
대전에 위치한 우리택시대전협동조합은 택시운송업을 위해 설립된 협동조합으로, A 씨 등은 이곳에 출자금을 납입하는 정조합원으로 가입하고 택시기사로 일했다.
지난 2020년 12월 우리택시대전협동조합이 해산하고, 새 협동조합인 우리희망협동조합이 우리택시대전협동조합의 사업을 양수받아 택시운송업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A 씨 등은 새 협동조합으로 승계되지 않았다. 새 협동조합은 A 씨 등에게 "우리 사업이 시작되니 택시 운전을 그만하라"고 통보했다.
이후 A 씨 등은 부당해고를 주장하면서 구제신청을 했다.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라고 판단하고 우리희망협동조합이 A 씨 등을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기간에 정상적으로 일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중앙노동위원회도 같은 판정을 했다.
우리희망협동조합은 중노위의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의 쟁점은 '협동조합 조합원인 A 씨 등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로 떠올랐다.
엇갈린 하급심…2심 "지휘ㆍ감독 없어 근로자 아냐"
하급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근로자성을 인정했지만, 2심은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1심은 "우리택시대전협동조합(전 협동조합)과 우리희망협동조합(새 협동조합)이 체결한 양수도계약은 영업양도에 해당하고, 그렇다면 우리택시대전협동조합과 A 씨 등 사이의 근로관계도 원칙적으로 우리희망협동조합에게 포괄적으로 승계된다"며 "우리희망협동조합이 A 씨 등에게 한 통보는 정당한 이유가 없고 근로기준법상 절차도 지키지 않은 부당해고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양수도계약으로 전 협동조합이 소유하고 있던 사업권, 택시차량, 여객자동차운송사업면허증, 사무비품 등이 새 협동조합 자산으로 넘어갔다. 실제 전 협동조합에서 일했던 택시기사들 상당수가 새 협동조합에서 택시기사로 일하기도 했다.
1심은 "우리희망협동조합과 우리택시대전협동조합 사이엔 일정한 영업목적에 의해 조직화된 업체, 즉 인적ㆍ물적 조직을 그 동일성은 유지하면서 일체로서 이전하는 것인 영업양도가 이루어졌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2심은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2심은 협동조합의 지휘ㆍ감독 여부를 살폈다.
2심은 "A 씨 등은 영업시간, 휴식시간을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었고, 출퇴근 시간이 고정돼 있지 않아 우리택시대전협동조합은 직접적인 지휘ㆍ감독을 하지 않았다"며 "실제 A 씨 등을 포함한 정조합원으로 구성된 임시총회에서 우리택시대전협동조합의 해산을 결의한 점 등에 비춰 보면, 우리택시대전협동조합이 사용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 "조합원 지위와 별개로 근로자 지위 인정"
그러나 대법원은 또 한번 판결을 뒤집고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법원의 근로자성 판단 법리가 협동조합법에 따라 설립된 협동조합 조합원에게도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협동조합은 사업 수행 과정에서 조합원과 조합관계 외에도 다양한 법률관계를 맺을 수 있고 여기에는 근로관계도 포함된다"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돼야 하므로, 조합원이 협동조합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면 조합원의 지위와 별도로 근로자의 지위도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택시운송사업을 하는 협동조합의 조합원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를 판단하는 경우엔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택시기사와 비교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피고, 실시간으로 지휘ㆍ감독이 어려운 택시운전업무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A 씨 등은 협동조합의 복무규율에 따라 장시간 영업행위 제한, 운행시간 외 영업 금지 의무 등을 준수해야 했다. 연간 휴가 일수가 제한돼 있고, 결근 시 협동조합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등 근태관리가 이루어졌다.
이에 대법원은 "우리택시대전협동조합과 A 씨 등이 택시운전업무와 관련된 근로제공에 관해 맺은 법률관계는 협동조합이 아닌 택시운송사업자와 그 소속의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일반적인 택시운수종사자 사이의 관계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고, 이는 조합원으로서의 지위에서 맺은 법률관계와 별도로 성립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A 씨 등은 우리택시대전협동조합의 조합원 지위와 아울러 근로자 지위에도 있었다고 볼 소지가 크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우리희망협동조합이 근로관계의 승계에 따라 근로자 지위에 있는 A 씨 등에게 그 의사에 반해 일방적으로 근로관계의 종료를 통보한 것은 해고에 해당한다"며 "그런데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해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고, 해고의 정당한 이유도 발견할 수 없어 위법한 해고로서 무효라고 볼 소지가 크다"고 최종 판단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협동조합이라는 외피를 덧씌워 노동법망을 피해 간 택시협동조합의 행태에 제동을 건 판결로 평가된다.
이번 사건에서 근로자 측을 대리한 안병진 대전종합법무법인 변호사는 "합자회사나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되던 택시회사들이 최저임금 지급 의무를 피하기 위해 협동조합의 탈만 쓰고 실제 근무형태는 그대로 운영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이번 판결은 협동조합의 형태를 빌려 택시발전법, 여객자동차법 등의 취지를 형해화하려는 편법적 시도에 대법원이 경종을 울린 판결로 평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출처: 이동희 기자, [단독] “협동조합 조합원은 근로자”…대법, ‘무늬’만 협동조합에 제동, 월간노동법률, 2026년 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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