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교섭 법원서 인정받았는데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이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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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을 앞두고, 이미 법원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받은 하청노동자들 중심으로 정부가 발표한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이 오히려 원청과의 교섭을 막거나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하청노동자들은 개정 노조법 취지대로 교섭권 확대·보장을 위해서는 정부가 밝힌 법 시행령 개정안의 수정·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와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는 1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법원은 지난 7월 현대제철과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각 하청노조의 노조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10월에는 백화점·면세점 입점 브랜드 판매사원에 대해 백화점·면세점 본사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판결도 나왔다.
판결 뒤에도 교섭 못하는 하청노동자들
법원 판결로 교섭 테이블에 마주 앉아야 할 하청노조-원청이 법 시행령 때문에 오히려 문턱이 생기고 법정으로 가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최범규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은 “노동위원회에서 교섭단위 분리신청이 받아들여져도 이를 수긍하지 않은 원청은 재판부로 쟁점을 끌고 갈 것이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교섭 절차는 중단될 것”이라며 “사용자성 판단 자문위원회 판단이 나오면 원청은 제한된 사용자성이라도 교섭을 거부하고 소송으로 불복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인석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은 “시행령에 따르면 지회가 한화오션과 직접 교섭하려면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해야 한다”며 “현행 제도에서 이는 매우 까다로운 과정이므로 그 자체가 하청노조에 또 다른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교섭권 확대라는 개정법 취지를 후퇴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소연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위원장은 “정부 시행령 개정안은 법원이 확인한 실질적 교섭권을 다시 창구단일화 절차에 묶어두는 위험이 있다”며 “원·하청 간 교섭 보장을 취지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오히려 실질적 사용자와의 교섭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한목소리를 냈다. 신하나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위원장)는 “개정법은 실질적 교섭 대상을 확대해 교섭을 촉진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창구단일화 같은 절차적 제약을 가중하는 것은 입법 취지 자체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이 없을 때보다 절차가 훨씬 복잡해진 것은 하청 노조 입장에서 법을 왜 개정했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시행령 개정안에 의해 교섭단위 분리가 다양한 사유에 따라 널리 인정된다면 결국 개별교섭이나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그렇다면 굳이 새로운 창구 단일화 절차와 분리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노동부 “교섭단위 분리 관련 보완 필요” 공감
정부도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수정·보완될 필요성에 공감했다. 서명석 노동부 노사관계법제과장은 “법원은 엄격한 기준으로 교섭단위 분리를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시행령 개정안)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며 “입법예고가 마무리되는 내년 1월5일 전까지 노동계든 재계든 문제제기하는 부분을 감안해서 충분히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교섭단위 분리제도를 교섭창구 단일화의 예외적 제도로 보고 엄격하게 인정해 왔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개선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서 과장은 “(현 제도는) 기업단위 교섭에 걸맞은 절차로 국정과제인 초기업교섭 활성화 추진 과정에서 사업장 단위가 아닌 교섭단위를 통합해서 초기업단위로 넓히는 과정에서 창구단일화 제도는 각각의 교섭형태에 맞게끔 변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영훈 장관은 시행령 개정안 발표 당시 브리핑에서 “지난 1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교섭창구 단일화제도에 대해 현장 노사가 개선 의견이 있었던 만큼 노사정 간 충분한 사회적 대화와 숙의를 거쳐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검토해 국정과제인 초기업교섭 활성화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와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는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기 전 노동부가 우리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노동부에 전달했다.
출처: 어고은 기자, 원청교섭 법원서 인정받았는데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이 걸림돌”, 매일노동뉴스, 2025년 1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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