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성과급의 역설’…분쟁 줄이려면 투명해야, 리스크 줄이려면 불투명해야
페이지 정보

본문
이 같은 분쟁을 줄이려면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지만, 법적 리스크를 낮추려면 오히려 불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상반된 분석이 제기된다. 성과급이 임금이 아니라는 명확한 대법원 판례가 정립되기 전까지는 성과급 기준을 균형 있게 설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왜 내 성과급이 이거밖에?" 갈등의 씨앗…네이버 등 분쟁
불투명한 경영성과급의 기준은 노사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 성과급 산정 기준과 지급 방식이 공개되지 않는 관행이 여전히 남아 있어 연초 성과급 지급 시기마다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21년 화섬식품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는 회사가 성과급 산정 기준을 공개하지 않는다며 공식적으로 기준 공개를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지회는 전체 임직원에게 "성과급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이 같은 문제는 네이버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주요 대기업과 IT기업을 중심으로 실적은 개선됐는데 성과급은 기대 이하라는 직원 불만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경영성과급 산정 공식이나 배분 기준이 공개하지 않아 근로자 입장에선 어떤 방식과 어떤 계산을 통해 자신의 성과급이 결정된 것인지 알기 어려운 구조다. 노조의 교섭 과정이나 직장인들의 익명 커뮤니티만 봐도 경영성과급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은 지급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일부 기업의 경우 "경영 판단에 따른다" 혹은 "사용자가 지급할 수 있다" 등 포괄적인 근거 규정만 존재하기도 한다. 이처럼 명확하지 않은 경영성과급 산정 기준이 노사 간 불필요한 갈등을 반복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경영성과급 두고 연달아 퇴직금 소송…'평균임금 분쟁'
경영성과급을 둘러싼 법적 분쟁 역시 계속되고 있다. 경영성과급 분쟁의 핵심은 경영성과급의 '임금성'이다. 경영성과급의 임금성이 인정돼 평균임금에 산입될 경우 퇴직금이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퇴직금은 퇴직 전 3개월 평균임금으로 산정된다. 사기업 경영성과급의 임금성을 놓고 법원 판결은 엇갈리고 있다.
경영성과급의 임금성을 부정판 판결은 지난해 한화오션 퇴직자들이 제기한 퇴직금 소송이 대표적이다. 한화오션 퇴직자들은 회사가 경영성과급을 제외하고 계산한 평균임금을 기초로 퇴직금을 주자 경영성과급도 평균임금에 포함돼야 한다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경영성과급은 근로자들의 근로제공 외에 자기ㆍ타인 자본의 규모, 지출 비용 규모, 시장 상황 등이 합쳐진 결과물이다. 당해 연도 영업이익 내지 당기순이익 발생 규모에 따라 지급 여부나 지급률도 변동해 그 범위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경영성과급의 임금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반대로, 사기업의 경영성과급을 임금으로 인정한 사례도 존재한다. 현대해상화재보험과 한국유리공업 사건이 대표적이다.
현대해상화재보험의 경우 경영성과급을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지급했으며, 지급 기준을 취업규칙에 명시해 뒀다. 한국유리공업 역시 단체협약에 경영성과급 지급 기준을 명시해 뒀다. 두 사건은 모두 2심에서 회사가 패소했고, 이후 대법원에서 계류 중이다.
전문가는 두 사건의 공통점으로 '지급 기준이 명확하고 지급액을 예측할 수 있었다는 점'을 꼽았다. 오용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두 사건은 영업 이익 또는 당기 순이익 등으로 경영성과급을 산정했고, 그 기준을 취업규칙 또는 단체협약에 명시했다"며 "이 같은 기준은 감사 보고서 등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투명한 지급 기준"이라고 봤다.
불투명해야 임금 인정 안 된다? 경영성과급 딜레마
근로자들이 경영성과급에 갖는 불만을 줄이는 방법은 비교적 명확하다. 산정 기준과 배분 방식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보상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알 수 있어 납득할 수 있고 불필요한 오해가 줄어든다.
하지만 기업은 이 단순한 해결책을 쉽사리 선택할 수 없다. 경영성과급 기준이 명확해질수록 임금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즉 근로자들의 불만을 줄이기 위해 경영성과급의 투명성을 높일수록 경영성과급의 임금성이 인정될 법적 리스크가 커지는 것이다.
오 변호사는 "기준을 투명하게 만들면 직원 불만은 확실히 줄지만 동시에 임금성 판단 위험이 커진다"며 "반대로 기준이 모호하면 직원들의 불만은 쌓이지만 법적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두 리스크 사이에서 균형을 찾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오 변호사는 "대법원이 경영성과급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기 전까지는 기업들이 투명성과 법적 안정성 사이에서 균형을 고민하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며 "어느 방향으로도 극단적으로 치우치지 않는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근로자의 불만을 줄이기 위해 투명성은 높이되 은혜성을 높여 임금성을 낮추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지급 기준은 투명하게 공개해 불만을 낮추고, 정기성ㆍ일률성 등을 낮춰 임금성 또한 낮추는 방법이다.
김용문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근로자들이 경영성과급에 갖는 불만 중 하나는 상대적 불평등"이라며 "같은 직장에 있는 다른 근로자와 경영성과급이 차이가 나면 가지게 되는 불만이 있다. 이러한 불만이 분쟁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상대적 불평등을 근로자들에게 납득시키기 위해 불합리성, 불공정성을 제거하는 게 핵심적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경영성과급을 의무적으로 지급할 것인지 은혜적으로 지급할 것인지 방향 설정이 먼저 필요하다. 은혜성을 높이면 법적 리스크는 줄어들 것"이라며 "이후에는 설정된 방향에 맞게 관련된 규정이나 제도를 명확하고 투명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출처: 박정현 기자, ‘경영성과급의 역설’…분쟁 줄이려면 투명해야, 리스크 줄이려면 불투명해야, 월간노동법률, 2025년 12월 01일
추천0
- 이전글사옥 옮기면서 노조 사무실 없앤 페르노리카…2심도 “부당노동행위” 25.12.04
- 다음글“통상임금 소송 진 기업에 건보료 추가 부과, 유효” 25.12.02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