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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받은 산재 장해급여, 유족 사망해도 사라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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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122회 작성일 26-03-2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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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보험에서 아직 받지 못한 장해급여는 유족이 사망하더라도 없어지지 않고 가족에게 상속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그동안 근로복지공단이 적용해 온 ‘수급권 소멸’ 해석에 제동을 걸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진폐증으로 사망한 노동자의 자녀 ㄱ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징수결정 취소 소송에서 “미지급 장해급여의 수급권자로 결정된 선순위 유족마저 사망한 경우, 재산권의 상속에 관한 일반법인 민법을 적용해 그 유족의 상속인에게 미지급 장해급여의 수급권이 상속된다”고 판시했다.

ㄱ씨의 부친은 광산노동자로, 2000년 진폐증과 합병증 활동성 폐결핵 진단을 받고 요양하던 중 2014년 사망했다. 4년 뒤인 2018년 ㄱ씨의 배우자 ㄴ씨도 세상을 등졌다. 이후 자녀들이 이를 상속받아 급여를 청구했고 공단은 일단 지급했다가 “유족이 사망했으니 권리도 사라졌다”며 다시 돌려달라고 했다.

근로복지공단 “유족 사망하면 권리 소멸”

사건의 쟁점은 ‘이미 발생한 산재급여를 받을 권리가 상속되느냐, 아니면 유족이 죽으면 함께 사라지느냐’였다. 그동안 공단은 수급권이 소멸한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산재보험 급여는 개인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이기 때문에 특정 유족에게만 주어지는 권리이고, 그 사람이 사망하면 더 이상 이어질 수 없다는 논리다. 법에 상속 규정이 명확히 없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원심은 “망인 ㄴ씨가 ㄱ씨에게 지급되지 않은 미지급 장해급여 수급권을 승계했고, 이후 ㄴ씨도 사망함에 따라 자녀들이 민법에 따라 해당 수급권을 상속 취득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유족 사망으로 수급권이 소멸했다”는 전제에서 이뤄진 공단의 환수 처분은 위법하다고 봤다.

재판부 “미지급 장해급여 재산권 인정”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상 장해급여 수급권의 법적 성격에 주목했다. 장해급여는 손해배상 또는 손실보상적 성격을 가지는 공법상 권리로, 재산권적 보호 필요성이 강하다. 대법원은 “이미 지급 조건을 갖춘 미지급 급여는 경제적 가치가 있는 권리”라며 “특별한 제한 규정이 없는 한 상속 대상이 된다”고 봤다. 상속에 관한 명문 규정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부정하는 것은 헌법상 재산권 보장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또 유족이 사망했다는 이유만으로 권리를 없애면 불합리한 결과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지급이 늦어진 책임은 공단에 있을 수 있는데, 그 사이 유족이 사망하면 돈은 아예 사라지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단의 부당이득 징수 처분은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다.

이번 판결은 산재보험 급여 가운데서도 ‘미지급 보험급여’의 법적 성격을 명확히 하며, 유족 사망 이후 권리 귀속 문제에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보험급여를 단순한 사회보장 급여가 아니라 재산권으로 본 점에서 향후 유사 분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출처 : 김미영 기자, “못 받은 산재 장해급여, 유족 사망해도 사라지지 않아”, 매일노동뉴스, 2026년 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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