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의 모든 것 : 기업편②] 퇴사자 업무 파일 삭제ㆍ기술 유출…‘이것’ 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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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를 고민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 우리나라에서 이직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통계청(현 국가데이터처)이 발표한 '일자리 이동 통계'에 따르면 2023년 30세 미만 근로자의 이직률은 20.9%, 30대 근로자 이직률은 15.9%를 기록했다. 같은 조사에 대한 2024년 통계에서는 이직률이 더 증가해 30대 미만 근로자의 이직률은 22.1%, 30대 근로자 이직률은 16.6%로 조사됐다.
활발한 이직만큼이나 퇴사를 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직장인의 퇴사는 생각보다 많은 인사 노무 쟁점을 안고 있다. 퇴사 시점 조율부터 퇴사 후 법적 분쟁에 대한 대비까지 '퇴사'를 놓고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 준비하고 알고 있어야 할 사항이 많다. <노동법률>이 퇴사와 관련해 근로자와 사용자 각각에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문제들을 정리했다.
'퇴사의 모든 것' 2편에선 기업이 근로자와 법적 분쟁 없이 아름다운 이별을 하기 위해 챙겨야 할 포인트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인수인계 거부해도 '한 달'까지는 요구 가능…하지만
이직, 상사와의 갈등 등을 이유로 당일 퇴사를 통보하는 등 등 퇴사 시점을 촉박하게 잡는 근로자들이 있다. 회사로서는 업무 인수인계와 업무 공백을 우려해 갑작스러운 퇴사 통보에 난색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경우 회사가 근로자에게 퇴사 시기를 늦춰달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원칙적으로는 가능하다. 회사는 최대 한 달까지 근로자에게 인수인계를 위한 근무를 요구할 수 있다. 다만 회사가 근로자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김영민 법무법인 태평양 공인노무사는 "사용자가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았다면 근로자가 사직의 의사표시를 한 뒤 한 달이 지나야 효력이 발생한다"며 "한 달까지는 사직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출근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무리 회사가 원칙을 내세워도 근로자가 출근을 끝까지 거부할 경우 출근을 강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전문가들은 근로자가 인수인계를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면 회사가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조언했다.
박정택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노동법률 기고를 통해 "회사가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았다면 근로자에게는 사직서 제출 후 한 달간 근로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면서도 "근로제공 의무는 성질상 '하는 채무'로 민법에 따라 직접 강제가 불가능해 회사가 근로자의 출근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방법은 없다"고 했다.
장재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도 "민법에 사직의 효력이 사직서 제출 후 한 달 후에 발생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근로기준법이 강제 근로 금지를 규정하고 있어 근로자가 인수인계를 거부하면 출근을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며 "무단결근을 이유로 근로자를 징계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이미 퇴사하기로 마음먹은 근로자를 징계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했다.
'인수인계 거부ㆍ업무 파일 삭제' 손배 청구 가능할까
그렇다면 인수인계를 거부하는 근로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것은 가능할까? 이 역시 원칙적으로는 가능하다. 다만, 이때 회사는 손해 액수와 근로자의 고의, 중과실 등을 입증해야 한다.
장 변호사는 "이론적으로는 근로자가 인수인계를 하지 않아 회사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면서도 "인수인계 미실시로 인해 회사에 발생한 손해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노무사도 "근로자가 인수인계를 하지 않아 기업이 손해를 입었다면 이론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가능하다"면서도 "근로자가 단순히 인수인계를 미흡하게 했다 정도만으로는 손해배상 청구가 현실적으론 어렵다"고 조언했다.
기업이 인수인계를 거부한 근로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근로자와 인수인계에 대한 약정을 체결했거나 근로자의 업무가 회사의 중요 프로젝트와 직결돼 있어야 한다.
장 변호사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인수인계 미실시에 대한 약정을 체결한 경우 법원이 이를 인정해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인 판결이 있다"며 "근로계약서 등에 이러한 내용의 약정이 있었다면 법원에서 손해배상이 일부 인용될 확률이 높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대부분 근로자가 퇴사를 하면 인수인계를 하지 않았더라도 관련 업무가 다른 직원에 의해 큰 차질 없이 수행될 가능성이 높아 회사가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손해액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퇴사자가 회사의 중요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었던 사정 등이 있다면 특별 손해에 대한 배상 책임이 인정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퇴사자가 그간의 업무 파일을 무단으로 반출하거나 아예 삭제하는 경우엔 어떨까?
근로자가 수행한 업무 결과물은 기본적으로 회사가 저작권을 갖는다. 따라서 이를 멋대로 삭제하거나 반출했다면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김 노무사는 "근로자가 발명 등에 대해 특허를 취득한 것이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업무 성과물은 회사에 귀속된다"며 "근로자가 이를 자의적으로 삭제하고 퇴사해 회사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장 변호사도 "법인 명의로 공표되는 업무 저작물의 저작권자는 회사"라며 "회사에 저작권이 있는 업무 결과물을 근로자가 임의로 삭제하고 반출하는 것은 형법상 업무방해죄, 재물손괴죄가 성립할 수 있고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해 회사가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회사로서는 퇴사자의 업무 저작물 삭제와 무단 반출을 막기 위해 퇴사 시 업무 자료를 모두 회사에 반환하기로 하는 내용의 약정서를 받아둘 필요가 있다.
윤여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노동법률 기고를 통해 "근로자가 업무 결과물을 외부로 반출해 유출되면 회사에 발생하는 손해가 막대하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근로자들에게 내부 문건 반출 금지 약정서를 미리 받아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특히 영업비밀과 관련한 핵심 인력이 사용한 PC는 이미지 복사 등을 통해 일정 기간 데이터를 보관해 향후 법적 분쟁 발생 시 증거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괘씸하다고 퇴사자 이직 방해하면?…'형사 처벌' 위험
간혹 타 회사에서 퇴사자의 레퍼런스 체크를 위해 회사로 연락이 오는 경우가 있다. 이때 퇴사자에 대해 부정적인 답변을 하면 문제가 될까?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는 것만으론 법적인 문제가 되지 않는다. 김 노무사는 "레퍼런스 체크는 기본적으로 법적인 행위가 아니므로 부정적인 답변을 했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법적 조치가 가능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정적인 답변을 넘어 명예훼손적 발언을 하면 형사 처벌될 수 있다. 장 변호사는 "레퍼런스 체크를 위한 발언이 퇴사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수준인 경우 퇴사자가 이를 알게 됐다면 형사 고소, 민사상 위자료 청구 등을 할 수 있다"며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발언은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퇴사자의 이직을 방해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근로기준법은 취업 방해를 목적으로 하는 통신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김 노무사는 "단순히 부정적인 답변을 하는 것을 넘어 퇴사자의 취업을 적극적으로 방해하는 경우 법적으로 문제될 가능성이 있다"며 "근로기준법이 취업 방해 목적으로 통신을 하는 경우 형사 처벌을 규정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경쟁사 이직 못 막나요?…'약정' 필요해
기업의 핵심 기술이나 영업비밀을 다루던 근로자가 경쟁사로 이직한다면 회사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기술 유출 우려가 있는 경우라면 더욱 민감한 사안이 된다. 이런 경우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기업과 근로자 간에 '전직금지약정'을 체결했다면 경쟁사로의 이직에 제동을 걸 수 있다. 그러나 별도의 약정이 없다면 이를 강제하긴 어렵다. 근로자는 근로계약이 존속 중인 시점에는 근로계약상 부수적 의무로 전직금지의무를 부담하지만, 이는 근로계약 종료와 동시에 사라진다.
윤 변호사는 "근로자와 사용자 간의 근로계약 존속 중에는 근로자가 전직금지의무를 부담하지만 퇴사 이후에는 별도의 합의가 없는 한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며 "회사의 중요한 영업비밀을 취급하는 근로자라면 전직금지약정을 미리 체결해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기업이 근로자와 전직금지약정을 체결했음에도 근로자가 이를 무시하고 경쟁사로 이직하는 경우 법원에 전직금지 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전직금지약정이 무조건적으로 유효한 것은 아니다. 약정의 내용이 근로자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정도로 과도한 경우 무효가 된다.
김 노무사는 "기업이 전직금지약정을 통해 근로자의 경쟁사 이직을 막을 수 있지만, 무제한적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며 "대법원은 전직 제한 기간, 지역, 직종, 대가의 제공 유무, 퇴직 경위, 사용자의 이익이 보호 가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변호사도 "전직금지약정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퇴사자의 전직을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약정에 대한 대가가 있었는지, 근로자가 자발적 퇴사인지 해고인지 여부에 따라 법원의 판단일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출처 : 이재헌 기자, [퇴사의 모든 것 : 기업편②] 퇴사자 업무 파일 삭제ㆍ기술 유출…‘이것’ 챙기자, 월간노동법률, 2026년 3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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