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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산재 재판 ‘시간 끌기’ 근로복지공단의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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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18회 작성일 26-04-0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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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소송 과정에서 “업무상 재해일 가능성이 크다”는 직업환경의학과 감정 결과가 나오자, 근로복지공단이 재판일 직전에 다른 진료과에 재감정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송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감정을 반복하며 시간을 끌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직업환경의학과 “업무관련성 크다”
공단, 뒤늦게 호흡기내과 재감정 신청


31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분진에 노출된 후 폐질환 진단을 받은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아지트씨는 지난해 5월 산재 불승인취소 소송 과정에서 직업환경의학과에 진료기록 감정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감정기관을 지정했다. 공단은 당시 다른 진료과에 별도로 감정을 신청하는 대신 같은 감정기관에 추가 질의서를 보내는 데 그쳤다. 원고인 노동자는 주로 직업환경의학과에 감정을 신청하는데, 공단이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다른 진료과에 별도의 감정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런데 재판부가 지정한 감정기관에서 지난 2월11일 아지트씨의 질환을 산재로 인정하는 취지의 감정 의견을 제출하자, 공단은 지난 25일 뒤늦게 호흡기내과에 재감정을 신청했다. 재판부가 지정한 기관의 감정 결과가 나온 뒤 지난 27일로 잡혔던 재판은 불과 이틀 전에 공단이 재감정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미뤄졌다. 재판부가 2월13일 3월27일로 변론기일을 통보한 것을 감안하면 공단의 재감정 신청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는다.

아지트씨는 2021년 2월부터 경기도 안성의 한 공장에서 면마스크만 쓴 채 금속 표면을 깎는 쇼트 작업을 했다. 주 2회는 분진을 옮겨 담는 청소도 했다. 일하던 중 기침이 잦아지고 호흡곤란까지 생겼다. 그는 분진 가루가 원인이라 보고 산재를 신청했지만 불승인됐다. 이 질환으로 폐 기능의 40%를 잃었다.

재판부 지정 감정기관의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는 공장의 금속 분진으로 간질성 폐렴이 발병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감정 결과를 내놓았다. 근무기간이 9개월로 짧더라도 방진마스크 없이 하루 10시간 이상 고농도 분진에 노출됐다는 점을 들었다. 일을 시작한 뒤 폐 기능이 악화됐다가 치료받자 호전된 건강검진 결과도 근거가 됐다.

이는 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업무 중 분진 노출 수준이 낮고, 청소할 때 고농도 분진에 노출됐더라도 근무기간이 짧아 누적 노출량이 적다는 이유로 업무연관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과 상반된다. 질병판정위는 흡연력도 산재 불승인의 이유로 들었다.

법원 감정을 맡은 전문의는 9개월이라는 ‘근무기간’보다 하루 10시간 이상이라는 ‘노출시간’에 주목했다. 주요 업무 외에도 사업장 전반에서 초미세 입자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크고, 간질성 폐렴은 비흡연자에게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이 사건의 업무관련성을 분석한 한국산업보건학회 논문도 아지트씨의 질환이 직업적 요인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 내렸다.


병든 몸으로 1년 ‘발 동동’
“공단 존재 이유와 어긋나”


재판부는 공단의 재감정 신청을 보류한 상태다. 만약 공단의 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아지트씨는 통상 결과 제출까지 1년이 걸리는 감정의견이 나올 때까지 또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2021년 고용허가제(E-9)로 입국한 그는 현재 기타비자(G-1)로 체류하며 건강보험이나 산재보험도 없이 치료비 전액을 부담하고 있다.

아지트씨의 체류를 지원하는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는 “재판이 계속 늦어지니 고향에 돌아가지도 못하고, 노동도 할 수 없는 병든 몸으로 버텨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공단의 모순된 행태도 도마에 올랐다. 공단은 2022년 유방암에 걸린 노동자가 제기한 산재 불승인취소 소송에서 “보완감정과 사실조회가 반복돼 과도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특정 병원을 감정기관에서 빼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시간이 너무 걸린다는 이유로 감정기관 배제를 요구했던 공단이 이번에는 재판일 직전에 재감정을 신청해 심리를 늦추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현주 이대목동병원 교수(직업환경의학)는 “유리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재감정을 신청하는 건 공단의 존재 이유와 산재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임자운 변호사(법률사무소 지담)는 “처음부터 직업환경의학과와 호흡기내과에 모두 감정을 신청하면 비용이 두 배로 드니까 촉탁하지 않다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니 이제야 다른 과에 신청하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공단은 말을 아꼈다. 공단 관계자는 본지에 “법원에서 직업환경의학과 감정신청에 대해 의견을 내라고 해서 추가 질의를 한 것”이라며 “소송 관련이라 자세한 내용은 언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출처 : 이수연 기자, 이주노동자 산재 재판 ‘시간 끌기’ 근로복지공단의 비법?, 매일노동뉴스, 2026년 4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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